[씨름]김경수,천적 이태현에 자신감 『승승장구』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8분


[李賢斗 기자] 「들소」 김경수(LG증권)가 「골리앗」 김영현(LG증권)의 힘을 빌려 모래판 제왕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해 천하장사 2연패를 이룬 김경수는 지난 9일 막을 내린 97설날장사대회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등극함으로써 독주채비를 갖췄다. 아마씨름판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김경수가 민속 씨름판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95년. 그러나 당장 천하장사에 오를 꿈에 부풀었던 그는 데뷔 첫해 이태현(청구)의 높은 벽을 절감해야만 했다. 이봉걸(2m5)이후의 최고 신장인 1m96의 큰 키로 상대의 기술을 압도하는 이태현 앞에서는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한 김경수의 들배지기도 한낱 「고양이 앞의 쥐」에 불과했다. 이태현과의 대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그가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은 그해 여름. 96년 LG증권에 입단할 김영현이 입단 6개월전인 95년 6월 팀 합숙훈련에 참가하게 된 것. 1m87로 자신보다 9㎝가 큰 이태현 앞에서 번번이 주눅이 들던 그는 이태현보다 21㎝나 큰 김영현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이태현에 대한 「장신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주무기인 들배지기로 김영현을 모래판에 누이며 이태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한편 키가 큰 선수에게 구사할 수 있는 변칙기술까지 몸에 익혔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95년 마지막 지역장사대회인 원주대회에서 이태현을 누르고 첫 지역장사에 오른 그는 한달뒤 열린 95천하장사대회에서 또다시 이태현을 무릎 꿇리며 데뷔 10개월만에 천하장사 등극의 기쁨을 누렸다. 김경수는 지난해 천하장사대회와 올 설날장사대회에서 연거푸 정상에 오른뒤 김영현을 정상등극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이만기 KBS 해설위원은 『김영현을 상대로 한 연습을 통해 이태현의 키에 대한 공포심을 털어버린 것이 김경수 정상등극의 비방』이라며 『이태현이 다시 김경수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신장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단조로운 기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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