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동아국제마라톤 겸 제68회 동아마라톤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대회는 세계정상급 마라토너들이 총출동, 「기록의 산실」로 불린다. 그뿐이 아니다. 이 대회는 사랑과 우정의 무대이기도 하다. 마스터스 부문 참가자들의 우정의 대결, 이들이 펼치는 사랑운동인 「1m 1원」 모금, 또 기록단축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페이스 메이커. 오는 3월16일 경주에서 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장환수 기자] 「한국신기록은 벤슨 마샤의 어깨에 달렸다」.
하프마라톤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벤슨 마샤(27)에게 국내 육상전문가들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오는 3월16일 경주에서 열리는 97동아국제마라톤 겸 제6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마샤가 맡은 임무는 「페이스 메이커」. 중반 25㎞지점까지 선두그룹을 힘차게 끌어주는 역할이다.
마라톤에서 이처럼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한 이유는 선두그룹이 한눈을 파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선두그룹이 기록보다는 2위그룹과의 거리차를 먼저 의식하게 되고 또 선두그룹 안에서 라이벌과의 순위에만 신경을 쓰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일수록 대회조직위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한두 명, 많게는 서너 명까지 초청하는 것이 관례.
실제로 지난해 세계 1, 2위 기록이 배출된 96동아국제마라톤에선 션 웨이드(뉴질랜드)와 안토니오 로드리게스(포루투갈)가 마르틴 피스(스페인·2시간08분25초)와 이봉주(코오롱·2시간08분26초)를 위한 「바람잡이」로 나섰었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마샤에게 거는 육상인들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94년 영국 뉴캐슬 하프마라톤에서 세계신기록(1시간00분02초)을 작성한 마샤는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21.0975㎞를 1시간02분안에 뛸 수 있는 「보증수표」.
이에 따라 동아마라톤 대회조직위는 마샤에게 선두권을 22㎞지점까지 1시간03분 이내의 기록으로 끌어달라는 「특별 주문」을 해놓은 상태.
이에 대해 코오롱 정봉수감독은 『하프코스의 기록이 1시간03분이면 지난해 동아국제마라톤의 이봉주 기록보다 30초 정도 빠르다』면서 『한국신기록 도전을 위해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대』라고 설명했다.
한편 풀코스 최고기록이 2시간12분34초인 마샤는 자신의 역할이 끝난 뒤에는 컨디션에 따라 기권하거나 결승선까지 자유경쟁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