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특별취재반] 신기록 수립의 꿈을 부풀렸던 97동아국제마라톤의 부진은 날씨가 주범이었다.
16일 경주지방의 기온은 출발시간인 오전 11시에 섭씨 5.1도. 이는 마라톤 최적기온인 7∼8도에 비해 2∼3도 낮은 것. 따라서 선수들은 뜻밖의 꽃샘추위에 몸을 떨면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정오를 넘어서면서부터 기온은 오히려 더 떨어져 수은주가 4.6도로 내려갔고 오후 1시경 선두그룹이 골인할 쯤에는 다시 출발 때와 똑같은 5.1도까지 올라가는데 그쳤다. 기온보다 더 문제가 됐던 것은 바람. 레이스가 펼쳐지는 동안 북동풍이 강하게 불었고 오전 11시에 초속 3.4m, 정오에 4.8m, 오후 1시에 6.5m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졌다.
더욱이 바람의 방향이 레이스 진행방향과 정반대여서 선수들은 온몸으로 맞바람을 헤쳐가며 뛰는 최악의 레이스를 벌여야만 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몸은 더욱 움츠러 들었고 이같은 악조건아래서 페이스를 조절할만한 여유를 찾지 못했던 것.
선수들이 기록보다는 순위 싸움에 치중했던 것 또한 기록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선수들은 레이스를 전개하는 동안 서로 눈치를 살피는 등 순위에만 신경을 써 레이스가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 일찌감치 『신기록 수립은 물거품이 됐구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선수들의 기록경신 의욕이 부족했다.
전반적인 기록부진속에 한국선수들이 순위경쟁에서도 외국선수들에게 밀린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몸만들기에 실패했고 훈련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