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특별취재반] 마라톤이 끝난뒤 경주시민운동장에 모인 육상관계자들 사이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쌀쌀한 꽃샘 추위와 맞바람 등 악천후 탓만으로 돌리기엔 마라톤 강국을 자처해온 한국의 성적이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이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신인 유망주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마라톤은 지난 91년 김재룡―김완기의 「쌍두마차」체제가 황영조에 의해 와해되고 황영조의 「1인체제」는 또다시 이봉주에 의해 허물어지는 경쟁 과정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 마라톤의 대표주자로 활약해온 황영조가 은퇴하고 이봉주마저 노쇠 기미를 보이면서 이봉주 이후의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제일제당 이상철 감독은 『7위를 기록한 김이용이나 11위 이선춘 등이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으나 이봉주 김완기 김재룡 황영조 등 「간판 스타」들과 비교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마라톤이 선수 발굴과 양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봉주와 함께 뛸 「라이벌」이 없다는 점은 한국마라톤에 커다란 위기가 아닐 수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기적으로 마라톤 저변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 한두명에 의존,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은 「과욕」이며 이제부터 중고교 마라톤에 집중적으로 투자, 제2의 황영조 이봉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코오롱 정봉수 감독은 또 『2시간9분대의 좋은 기록을 가진 유망주들에게 정부차원에서 군면제 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을 해줘 이들이 시간을 갖고 기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된 뒤에야 과학적이고 강도높은 훈련 등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이런 노력들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마라톤이 세계 정상권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한낱 「꿈」에불과하다는 것이 육상인들의공통된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