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 「포스트 이봉주」를 찾아라.
황영조의 은퇴후 한국마라톤은 이봉주(27·코오롱)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제 이봉주의 배턴을 이어받을 후계자를 찾아야할 시점이다.
이같은 육상인들의 목소리는 지난 16일 경주에서 열린 97동아국제마라톤에서 이봉주가 13위에 그치는 등 대회사상 처음으로 한국선수들이 단 한명도 6위이내에 들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면서 터져나왔다.
또 이봉주 한명에만 의존해서는 한국마라톤이 세계정상의 자리를 지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자성때문이기도 하다.
지난달 무릎 연골수술을 한 이봉주는 이날 선두그룹을 쫓는데만 급급하다가 결국 38㎞지점에서 페이스를 잃고 뒤처져 기대에 못미쳤다. 내달 공익근무를 위한 입소훈련을 받을 예정인 그는 8월의 아테네 세계선수권을 비롯, 올시즌 대회에 사실상 출전이 어렵다.
한국마라톤의 대통을 이을 선두주자로 꼽히는 재목감은 4, 5명선. 「차세대 간판」 김이용(24·코오롱)은 동아국제대회에서 7위(국내1위·2시간12분58초)에 올라 그런대로 제몫은 했다는 평가. 35㎞지점에서 구토증세를 일으켰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극복하는 투혼이 돋보였다.
오인환코치는 『그가 대선수로 성장하려면 막판 체력저하와 고질적인 위장병을 먼저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봉주와 쌍벽을 이룰 것이란 평가를 받았던 백승도(27·한국전력)의 이번 대회 성적은 10위(2시간13분24초). 그러나 지난해 조선일보마라톤에서 국내 1위(3위)를 차지한 그는 상무제대후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초청선수가 아닌 일반선수로 참가했지만 각각 8위와 11위에 오른 장기식(28·상무)과 이선춘(27·제일제당)도 이번 대회를 통해 부각된 유망주.
「코오롱사단」의 무명 손문규(25)도 이봉주에 이어 14위로 골인, 소속팀 정봉수감독이 올시즌 최고의 복병이라고 장담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육상관계자들은 『이번 동아국제마라톤은 그동안 몇몇 스타선수와 특정팀에 의존해오던 한국마라톤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계기』라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좁은 저변, 조기은퇴, 주먹구구식 훈련으로 일관해온 한국마라톤에 새바람이 불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