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기자] 바벨을 들어올리는 막내딸을 지켜보던 한국여자 역도대표팀 원신희 감독(한국체대 교수)은 안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슬하에 딸만 셋을 둔 원감독의 막내딸 중우양(15·오륜중3년)은 27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제35회 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 중등부 56㎏급에 출전, 역도 선수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아버지를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모자랐지만 탄력이나 유연성 등 가능성만큼은 왕년의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는 것이 주위의 기대어린 평가.
원감독은 지난 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 67.5㎏급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왕년의 스타. 그는 지난해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발탁돼 태릉선수촌에서 6명의 딸같은 대표 선수들과 생활하고 있다. 결국 그는 집 안팎에서 9명의 딸들과 함께 사는 셈.
사내아이도 아닌 딸이 역도 선수가 되겠다고 나서면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대부분의 경우는 별로 내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원감독은 내심 자녀중 하나가 자신이 걸었던 길을 이어주길 바랐지만 딸만 내리 셋을 낳은 뒤엔 그 희망을 접었었다. 따라서 막내딸이 바벨을 든 것은 그에게도 뜻밖이다.
지금도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어머니의 결사적인 만류에도 불구, 아버지의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은 중우양은 지난 95년 본격적인 역도 훈련을 시작했다.
중우양이 다니는 오륜중학교에는 역도부가 없기 때문에 그는 방과후 한국체대에서 박태민 안효작 교수 등 원감독의 후배들로부터 개인 교습을 받고 있다.
원감독은 『막내라 힘든 운동을 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본인이 좋다는데 말릴 부모가 어디 있느냐』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