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사람들/캄보디아 프러우족①]아이들도 담배『뻐끔』

  • 입력 1997년 4월 3일 08시 27분


<<오늘부터 강릉 관동대의 연호택교수(43·영어학)가 쓰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을 매주 한편씩 연재합니다. 이 글은 지난 85년부터 지구촌 오지의 소수민족을 찾아 다니며 언어풍습을 연구해온 연교수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연교수는 그동안 「차의 고향을 찾아서」 「세계 민요기행」 「투어리즘 영어」 등을 일간지와 월간지에 기고해 왔습니다.>> 프러우족을 찾아가는 길. 마을 입구에서 담뱃대를 입에 문 여인 둘을 만났다. 반룽시장에 다녀오는 길이라는데, 별일이다. 여자가 백주 대낮에 담배를 뻐끔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다니. 반룽은 라타나키리의 중심도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북동쪽으로 약 6백㎞ 떨어진 고원지대로서 베트남 라오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반룽에서 12∼16㎞ 더 가면 프러우족이 흩어져 살고 있는 깊은 산속에 닿는다. 그중 내가 찾은 곳은 타옹마을. 집이라고 해야 열채 남짓 될까. 마을 한복판에 집회장이 있고 그 뒤로 높이가 4∼5m쯤 되는 기둥위에 지은 원두막 같은 집이 한채 있었다. 이른바 「청춘가옥」이다. 이집은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일정 기간 동거하면서 배우자를 정하는 공동의 숙소. 우리네 상식으로는 경칠 일이다. 그러나 성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다른 프러우족은 이처럼 성교의 장을 공적으로 제공한다.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특이한 짝짓기의 풍속이 아닐 수 없다. 잔칫날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술에 취해 춤추며 흥겹게 논다. 술은 평소 집집마다 담가 둔 곡주를 통째로 꺼내와 대롱으로 빨아 마신다. 취하고 또 취해 아예 밤을 잊는다. 이 마을 여인들의 공통된 패션은 반라. 망태 메고 밭일 나가는 아주머니나 집안에서 부엌일 하는 열여덟살 새댁도 마찬가지다. 걸친 것이라고는 하체에 두른 천조각 하나. 그나마도 언제 흘러내릴지 몰라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마을사람들이 단체로 목욕할 경우에는 알몸도 불사한단다. 그런 중에 검은색 브래지어를 걸친 한 젊은 아낙을 만났다. 모두 벗고 다니는 마당에 가슴을 가렸으니 당연히 시선을 끌 수밖에. 알고보니 귀한 물건이라 자랑하기 위해서 걸친 것이라고 한다. 모계사회인 이곳 여성들은 남편을 제치고 재산권을 행사한다. 유산도 모녀간에 대물림한다. 또 한가지, 대부분의 고산족처럼 프러우족 여성들도 골초다. 그래서 담뱃대를 입에 물고 다니는 여성들이 흔하다. 웃지 못할 일은 아이들마저 어릴적부터 담배를 배우는 관습. 6,7세가 되면 벌써 골초가 돼 부모가 담뱃대를 만들어 선물할 정도다. 동네어귀에서 만난 한 모녀는 서로 질세라 뻐끔거리며 연신 담배를 피워댔는데 그 아이의 나이라고 해야 서너살 정도나 됐을까. 그 아이의 엄마는 저녁을 짓기 위해 절구에 벼를 찧으면서도 담배를 놓지 않았다. 지구촌 사람들의 모습은 이렇듯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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