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혈액형이 있을까.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선 구별하기 힘든 것이 말의 개체(個體)차이. 비슷비슷한 생김새에 색깔마저 같으면 어느 말이 어느 말인지 구분하기란 정말 어렵다.
이럴 때 사용되는 방법이 혈액형검사다. 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혈구와 혈청으로 이뤄진 혈액구조를 갖추고 있어 이를 몇가지 유형으로 분류, 개체를 식별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론상 분류가능한 말의 혈액형은 2백40억∼3백억종. 혈액내에 응집소만 있어 A, B, AB, O형으로 분류되는 사람과 달리 말은 응집소와 용혈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훨씬 더 복잡다양하다.
경주마로 사용되는 서러브레드종의 혈액형은 국제동물유전학회에 의해 8개 시스템 27종이 공인돼있고 7개 시스템 21종이 최소검사항목으로 지정돼있다.
혈액형은 경주마혈통의 국제공인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항목. 혈통을 중시하는 경마의 특성상 선진국에서는 경주마의 족보를 작성할 때 반드시 혈액형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4년부터 국내에서 생산되는 말과 번식에 사용되는 종마에 대해 혈액형검사를 실시해 이를 등록하고 있다. 수입마는 외국현지의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의 간단한 검사를 한다.
지금까지 어린 말 4백여마리와 씨암말 4백여마리, 씨수말 20여마리 등 모두 8백20여마리가 마사회나 위탁연구기관에서 혈액형검사를 받았다.
혈액형검사로 알 수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 서러브레드종인지 여부를 가리는 개체확인과 어느 말의 후손인지를 식별하는 친자판정이 가능하다. 검사결과 경주마부적격판단이 나오면 마사회가 구매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혈액형이 다양한 만큼 검사기간이 긴 것은 당연한 이치. 주사기로 말의 목근처 경정맥에서 피를 뽑아낸뒤 이를 원심분리기 등의 장비를 통해 분석해내는데 대개 3∼5일이 걸린다.
검사의 부정확성을 보완하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근 구미선진국에서는 혈액형검사와 함께 DNA속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