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주에 내려가 삼성 백인천감독과 점심을 같이 했다. 그는 어려운 팀사정을 한참 이야기하더니 『해태는 역시 강팀일 수밖에 없다』고 자조섞인 한탄을 했다.
백감독은 『단적인 예로 이종범같은 슈퍼스타는 멋을 부릴 만도 한데 훈련때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은 물론 경기때 팀배팅에도 훨씬 신경을 쓴다』고 분석했다.
기술향상은 부단한 노력으로 해결되지만 10여년간 이어온 팀분위기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 말이 필자에게는 삼성과 해태는 「타고투저」의 팀컬러와 전력에선 엇비슷한데도 올해(물론 초반이기는 하지만)해태는 정상, 삼성은 꼴찌에 랭크돼 있는 것이 정신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한탄으로 들렸다.
해태가 해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도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은 이순철의 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순철은 『이종범이야말로 해태에 입단한 것을 천운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서 『스타로서의 재주와 끼가 흘러넘치는 그가 만약 다른 팀에 입단했다면 오늘날의 이종범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5년 해태 2군감독을 지냈던 쌍방울 김성근감독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지난해 해태가 시즌초 꼴찌에서 맴돌 때도 『해태는 분명 치고 올라올 팀』이라고 족집게 예언을 했다.
당시 그는 『해태선수들은 감독말은 안들어도 이순철의 한마디에는 꼼짝 못할 정도로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잘 서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LG에서 해태로 트레이드된 최훈재도 『해태는 팀승리를 위해 개인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팀』이라면서 『해태가 강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다』고 말했다.
하일성〈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