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경에서 열리는 한중 축구국가대표 정기전을 계기로 동아일보와 스포츠 행사의 취재 및 보도 협력관계를 강화키로 한 인민일보 왕대소기자(46)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왕기자는 15년째 축구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 축구팀과 축구팬은 최근 10년간 줄곧 인식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한국팀이 아시아 축구의 「최강」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다소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그러나 그후 한국은 월드컵과 올림픽예선에서 여러차례 아시아 대표권을 획득, 아시아와 세계에서의 위치가 높아짐에 따라 중국 축구계가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눈도 갈수록 높아진 것이다.
중국팀은 지난 85년의 일을 두고두고 되새기고 있다. 86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1차전에서 홍콩에 불의의 패배를 한 것이다. 그후 홍콩은 당시 중국팀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일본에 패배했고, 한국은 아시아 동부지역 예선 최종결승에서 일본에 승리, 월드컵 본선 3회연속 진출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만의 하나 당시 중국이 홍콩에 불의의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면 예상대로 중국은 한국과 결승에서 만났을 것이다. 당시 수준을 보면 한국은 중국에 훨씬 앞서지는 않았다. 중국팀이 당시의 호기를 놓친 것은 매우 아쉽다.
이듬해 한국팀은 멕시코 월드컵에서 기량 연마의 기회를 가짐에 따라 86서울 아시아 경기에서는 이미 중국을 압도하게 됐다. 중국은 전반에 좋은 공격력을 보였으나 후반 체력의 열세를 견디지 못하고 두골차로 졌다.
그 이후 양국의 기량차는 벌어졌고 매번 아시아권 대회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특히 축구계와 팬들은 92년과 96년의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에 세골차로 참패한 일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기량차가 전과 다르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 선수들이 체력의 약점을 보완했고 한국 선수들은 기술적 결함을 철저히 개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팀은 그동안 강화훈련을 통해 한국팀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견해다. 실제 중국팀의 주장 범지의와 골게터 학해동은 『한국팀은 이제 무적의 팀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팀이 아시안컵과 아시아경기에서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하고 있고 월드컵과 올림픽예선에서도 80년대의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관중은 아시아의 껄끄러운 상대인 한국팀을 잘 알고 있고 김주성 홍명보 등도 잊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처음 창설돼 중국 광주에서 열린 양국정기전에는 경기장 개장 10년이래 최다 관중이 입장하는 기록도 세웠다. 올해의 정기전은 매우 긴박하게 전개되리라 여긴다. 월드컵 예선 출전을 앞두고 있는 중국팀의 사기는 매우 높다.
왕대소(중국 인민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