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4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그간 누적돼온 총체적 부실의 결과.
대한탁구협회는 이번 대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김택수(대우증권·세계랭킹 5위)의 어깨부상을 들고 있다. 김택수가 유럽전지훈련도중 입은 부상이 선수단의 경기결과 및 사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 실제로는 탁구인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는 게 안팎의 중론. 협회운영을 둘러싼 오랜 내분의 와중에서 후진양성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 95년 최원석 당시 탁구협회장이 손을 뗀 후부터 표면화한 탁구인들의 싸움은 삼성과 현대라는 두 재벌그룹을 등에 업은 채 확대전의 양상을 띠었고 올초 대의원총회에서 분열양상을 보이는 등 극단으로 치달았다.
일선지도자들의 대립으로 선수들의 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유망주 발굴은 구호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표팀역시 대회 한달 전에야 부랴부랴 합숙에 들어가 유럽전지훈련에서 겨우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던 것.
특정선수에 의존하는 경기운영은 이미 오래된 폐단. 김택수는 각종 국제대회와 국내대회에 「겹치기 출전」을 하며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지만 이번에도 그에 대한 의존도는 크기만 했다.
여자의 경우도 최근 몇년간 박해정 유지혜 김무교 등 일부 선수들로 꾸려나가 전력노출이 심각한 상태. 신인들로 대거 물갈이에 성공한 북한이 단체전 준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많은 탁구인들은 『전용체육관을 하루빨리 확보하고 유망주 발굴을 통해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것만이 더 이상의 추락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헌기자〉
▼ 한국 남녀 단-복식 전원탈락 ▼
세계5위 김택수(대우증권)가 예상을 뒤엎고 32강전에서 패하는 등한국선수전원이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한채 개인전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4일 영국 맨체스터 지멕스센터에서 벌어진 제44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32강전에서 김택수가 세계49위 얀 센(중국)과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끝에 2대3으로 져 탈락했다고 선수단이 알려왔다.
여자단식에서 한국은 유지혜(제일모직)가 16강전에서 세계1위 덩야핑(중국)에게 0대3으로 완패했고 박해정(제일모직)도 중국의 쳉홍시아에게 1대3으로 져 나란히 8강전 진출이 좌절됐다.
또 한국은 혼합복식에서 유남규(동아증권)―유지혜조가 8강전까지 순항했으나 류구오량―우나조(중국)에 1대3으로 역전패했으며 이철승(삼성생명)―김무교(대한항공)조도 8강전에서 역시 중국의 왕리친―왕난조에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두정실과의 남북대결에서 승리했던 김무교는 여자단식 32강전에서 세계16위 우나에게 0대3으로 완패한데 이어 석은미(현대)는 세계7위 왕첸(중국)에게, 김분식(제일모직)은 중국계인 니시아리안(룩셈부르크)에게 각각 0대3으로 졌다.
이로써 한국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단체전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