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은 스포츠의 큰 변수. 같은 실력이라도 운이 따를 경우 금메달의 기쁨에 젖는가 하면 운이 외면할 경우 노메달의 낭떠러지로 추락하기도 한다.
제2회 부산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운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뀌었다. 수영의 김방현은 운이 좋아 금메달을 딴 케이스인 반면 역도의 최명식은 운이 나빠 금메달을 놓친 불운의 선수.
12일 김방현이 금메달을 딴 수영 개인혼영 남자 4백m의 당초 우승 후보는 중국의 슝 궈밍. 그는 93년 1회 대회와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에서 연달아 우승한 이 종목의 아시아 1인자.
히로시마대회에서 세운 그의 기록은 4분19초40으로 이번 대회 김방현의 한국신기록 4분25초75보다 무려 6초이상 빠르다.
그러나 슝 궈밍은 이날 오전의 예선에서 실격했다. 평영구간에서 턴을 한 뒤 자유형에서만 사용되는 「돌핀킥」(물을 상하로 차는 동작)을 했기 때문.
슝 궈밍이 실격하는 바람에 당초 「은메달이면 최고」로 분류됐던 김방현은 운좋게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최명식은 정반대의 케이스. 그의 본래 체급은 여자50㎏급. 이 종목의 아시아 최강자는 중국의 리우이며 최명식은 3위권. 그는 히로시마아시아경기와 96아시아선수권대회(일본)에 서 연달아 동메달에 그쳤다.
때문에 최명식은 이번 대회에 54㎏급으로 올려 출전했다. 50㎏급에선 동메달에 불과하지만 54㎏급에선 기록상 은메달이 가능했기 때문.
그러나 이번 대회 50㎏급에 리우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자신의 체급에서 금까지 기대할 만했던 최명식은 올린 체급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내내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김방현의 행운과 최명식의 불운. 이같은 극명한 대비가 스포츠의 또다른 묘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