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성근감독 「투수 인해전술」화제

  • 입력 1997년 5월 15일 20시 02분


「선구자」인가, 「이단아」인가. 한국 프로야구사를 통틀어 쌍방울 김성근감독(56)만큼 독특한 팀운영 철학을 가진 감독은 드물다. 우선 그가 유니폼을 입은 팀의 홈구장은 외야펜스가 「독수리요새」모양 높아졌다. 투수출신답게 「수비야구」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쌍방울의 전주 홈구장 펜스는 무려 5.8m로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독특한 투수 로테이션. 올시즌 그는 지는 경기에 평균 4, 5명의 투수를, 이기는 경기는 더 많은 5, 6명의 투수를 기용한다. 이유는 쌍방울의 허약한 투수진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쌍방울 투수진이 스타는 없고 개인적인 기량만 따지면 최악이라는 것. 때문에 쌍방울 불펜은 언제나 대기 투수들로 가득 차 마치 시장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통계야구」를 신봉하는 김성근감독의 치밀한 데이터는 상대 타자들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상대팀들은 위기때면 한 이닝에만 두세 명의 투수를 동원하는 쌍방울의 「벌떼작전」에 말려 아예 제풀에 꺾이고 만다. 쌍방울이 팀방어율은 최하위권에 머물면서도 지난해에 이어 2년연속 상위권에 드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김성근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운영의 귀재라는 찬사를 받는 한편 선수들에게는 부상의 악령을 안겨다주는 「지옥의 사자」라는 악평을 듣기도 한다. 사실 그랬다. 「투수조련사」라는 별명처럼 그는 OB시절 박철순을 최고투수로 키웠고 태평양 시절에는 정명원 최창호 박정현의 「삼두마차 시대」를 열었지만 그가 떠난 뒤 남은 투수들은 어김없이 부상에 시달려야만 했다. 올해도 김성근감독은 시즌초부터 투수들을 너무 혹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듣고 있다. 쌍방울이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지는 피로에 지친 쌍방울 투수들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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