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의 풀코스 마라톤으로 말하면 15㎞지점에 해당하는 올시즌 일정의 3분의 1을 소화한 국내 프로야구. 슬슬 숨이 가빠오고 힘이 떨어질 시기다.
살얼음판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올시즌 홈런왕 경쟁에서 다가오는 한여름은 마라톤에서 보면 힘겨운 언덕길에 해당된다.
현재 삼성 이승엽(12개) 현대 박재홍(11개) 해태 이종범(10개)의 「삼두마차 체제」. 그 뒤를 김기태(쌍방울) 홍현우(해태·이상 8개) 안경현(OB·7개) 양준혁(삼성·6개) 장종훈(한화·5개) 등이 2위 그룹을 형성하며 뒤쫓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승부처는 35개 안팎. 그렇다면 선두그룹은 여름철 내내 현재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2위그룹은 지금보다 곱절의 스퍼트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허리부상으로 홈런 11개에서 발목이 잡힌 박재홍. 지난해 5월에 홈런 10개를 뿜었던 것과 비교한다면 꿈꾸던 「40―40」클럽가입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문제는 복귀 시점과 부상 후유증을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는 것.
타율 홈런 타점 최다안타 등 타격 4개 부문 선두인 이승엽도 마찬가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동계훈련을 거의 하지 못한 그로서는 경쟁자들에 비해 여름철에 체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545에다 홈런 3개를 터뜨리며 본격경쟁에 뛰어든 이종범. 지난해 데뷔후 가장 많은 25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출루가 생명인 선두타자로서 도루 수비 등 홈런 외적인 면의 부담이 커 올해 역시 1위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
때문에 전문가들은 오히려 2위 그룹인 김기태 양준혁 홍현우를 주목하고 있다. 체력과 힘이 뛰어난 이들이 여름철 「몰아치기」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순위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