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계권료는 동결, 해외 중계권료는 인상」.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싸고 방송사간의 계약 경쟁이 치열하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아깝지 않다는듯 퍼붓는다. 반면 국내스포츠에 대해서는 경기불황을 이유로 중계권료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체육계 일각에서 『방송사들이 국내에서는 어깨에 힘을 주면서 해외에서는 「봉」노릇을 하고 다닌다』는 소리도 들린다.》
해외스포츠 중계경쟁은 지난해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방송3사는 국가대표가 출전하는 경우 주간(主幹)방송사를 정해 대표로 중계권을 협상, 돌아가며 중계하거나 공동중계해왔다. 이같은 관행은 지난해 7월 아시아컵 축구대회 협상때부터 흔들렸다. MBC가 거액을 요구하는 대행업체와 밀고 당기는 사이 KBS가 중계권을 따냈던 것.
그러자 MBC는 지난해 12월부터 「입도선매」 등 반격을 시작했다. MBC는 97세계청소년축구, 골프 유망주 박세리 경기에 게임당 3천달러를 주고 중계권을 따냈다.
양사의 대결은 올시즌 박찬호 선발경기 중계권을 놓고 절정에 달했다. MBC측은 KBS의 「돈질」에 밀렸다고 주장했으나 KBS는 『MBC가 30경기에 22만달러, 우리는 23경기에 25만2천달러를 제시했다』는 계약서를 공개하고 『뒤늦게 끼여든 MBC가 가격공세를 펼쳐 계약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양사의 싸움이 본격화하자 공보처는 최근 중계권 다툼을 중단하라며 회의를 권고한 일도 있다. 그러나 연말의 월드컵 최종예선 중계권 협상을 두고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계권료를 놓고 막판 협상중인 MBC 스포츠국은 최근 『SBS와 연계해 KBS를 월드컵 중계에서 배제시키겠다』고 공개선언했다. KBS측은 『MBC가 월드컵중계에 지나치게 많은 액수를 「베팅」해 공보처로부터 자제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KBS에 대한 흑색선전부터 중단하라』고 말했다.
해외스포츠에 대한 열기와는 딴판으로 국내 스포츠중계에 대해서는 방송3사가 다같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지난해 방송사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한국야구위원회는 올해 14억원을 요청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중계권료를 동결하더라도 중계횟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는 무조건 동결을 주장, 시즌 중반에 들어선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어 결국 시청자들만 예년보다 훨씬 줄어든 안방 중계에 만족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