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굵은 선수일수록 요령이 느는 것은 스포츠의 생리.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고참들이 더 많은 땀을 흘린다.
이는 오는 10월 프로출범을 앞둔 여자농구의 새로운 현상. 「실업팀에 입단한 지 5년이 지나면 자유계약선수가 돼 연봉계약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고참선수들을 「베짱이」에서 일약 「개미」로 변모시켰다. 보다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함이다.
지난 11일 삼성썬더스 수지체육관 뒤 야산. 삼성생명 여자선수들이 올 들어 처음 산악 달리기에 나섰다.
「예쁜이」 정은순(1m87)은 다리는 길지만 느림보.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성큼성큼 내달으며 반환점을 선두로 통과, 서동철코치가 놀란 표정으로 『무리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정은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지막 2분을 버티지 못해 5위로 처졌지만 조승연총감독은 내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은순은 지난봄 다친 오른쪽 발목이 아직도 낫지 않아 코칭스태프가 휴식을 권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정은순과 함께 실업8년생으로 최고참인 선경증권의 유영주. 평소 코트에 들어서면 욕심많기로 소문나 있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무릎이 시원찮은데도 아프다는 소리 한번 안하고 훈련에 열중한다.
선경증권의 김동욱감독은 『한여름에 이처럼 열심히 뛰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요즘은 선수들에게 고함을 지를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대견해했다.
울릉도산 농구선수 1호인 코오롱의 실업7년생 김정민. 그는 지난 1월 무릎수술을 받아 아직 완쾌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연습장에 가장 먼저 나타나고 가장 늦게까지 슛을 던진다.
여자실업 1급선수의 종전 월급은 2백만원이 채 안된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프로출범 첫해 책정하고 있는 1급선수의 연봉은 남자 최고연봉의 60∼70%선. 따라서 프로출범과 함께 이들의 수입은 종전 연봉의 3배가 넘는 8천만원대까지 치솟게 된다.
여자실업팀 관계자들은 『땀은 곧 돈이라는 프로의 생리를 이제 선수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