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즐겁다.
한국휠체어농구대표팀. 이들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사상 처음 우승한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일본 기타큐슈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일본 도시선발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15개팀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한국은 유일한 외국팀으로 출전, 4전전승으로 우승했다.
한국휠체어농구팀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85년 삼육재활원에서 휠체어농구가 선보인 이래 12년만에 처음.
이 대회엔 오는 12월 대만에서 열리는 98세계골드컵대회 아시아 태평양지역예선에 대비한 전지훈련의 일환으로 출전한 것. 그동안 번번이 호주 일본에 눌렸던 한국은 선수들이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만으로도 대회참가의 효과가 충분했다.
『선수들이 모두 명랑한데 놀랐습니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으리라는 나의 선입관은 완전히 빗나간 셈이죠. 우승의 기쁨에 환호하는 선수들이 눈물나도록 고마웠습니다』
선수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가했던 趙南準(조남준·48·㈜풍진ID사장·사진)단장은 정상인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장애인들의 밝은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국내의 휠체어농구팀은 모두 10개, 선수는 1백30여명. 이중 대부분이 척수장애인들이다. 대표선수 18명은 토요일 두시간, 일요일 네시간 등 매주 여섯시간을 일산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땀을 흘린다.
경기규칙은 일반 농구와 거의 비슷하다. 볼을 들고 휠체어의 바퀴를 두바퀴이상 굴리면 트래블링 바이얼레이션, 수비할 때 엉덩이를 들면 반칙이 주어지는 점이 특이할 뿐 일반 선수들과 똑같은 규격의 코트에서 경기한다.
경기가 격렬해져 휠체어끼리 부딪치면 넘어지는 선수가 있게 마련. 그래도 나동그라진 선수가 먼저 도움을 청하기까지는 결코 손을 내밀어서는 안된다. 휠체어농구경기 자체가 재활운동이듯 혼자 일어서는 것도 재활의지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휠체어농구협회가 발족한 것은 지난 4월25일. 회장인 姜昌熙(강창희)자민련의원과 조남준부회장 등 임원들이 주머니를 털고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간다.
조부회장은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휠체어 한대 값이 2백만원』이라며 『휠체어농구의 수준은 그 나라 사회복지의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연세대 농구후원회 부회장. 학창시절부터 농구의 묘미에 빠졌고 연세대 농구팀 崔熙巖(최희암)감독과도 절친한 사이인 조부회장은 농구와의 오랜 인연으로 휠체어농구협회에까지 몸담았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