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내 단 한 명의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영예인 「에이스」. 이를 향한 박찬호(24·LA다저스)의 꿈이 잇따른 승수추가와 함께 「뜻하지 않은 변수」까지 작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후반기에만 어느새 4연승. 「꿈의 10승」에 1승만을 남겨둔 그에겐 언제나 태산처럼 버티고 서 있는 벽이 있었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29). 박찬호보다 1년 늦은 지난 95년에 입단했지만 노모는 언제나 한 수 위였다. 입단 첫 해인 95년에 13승6패로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거머쥔 그는 지난해에는 16승10패로 팀내 최다승투수에 올랐다.
올해도 노모는 박찬호보다 앞서 달렸다. 후반기들어 박찬호가 성큼성큼 쫓아와 26일 승리를 추가하며 나란히 9승으로 동률을 이루자 노모는 팀 최초의 10승만은 내주지 않으려는 듯 27일 필라델피아전에 필승의 각오로 임했다.
그러나 노모는 이날 1대0으로 앞선 4회 2사후 4번 스코트 롤렌의 강습타구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고 실려나갔다. 다저스는 노모를 급히 주치의인 프랭크 조브박사에게 맡겼다.
조브박사는 현대 정명원 최창호의 수술을 집도하는 등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잘 알려진 정형외과 전문의. 조브박사는 28일 노모의 정밀진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어쨌든 박찬호는 이제 거칠 것이 없다. 라몬 마르티네스(6승3패)와 이스마엘 발데스(5승9패)는 부상으로 잔류군에 내려가 있고 톰 캔디오티(6승3패)는 박찬호의 동기생인 대런 드라이포트(4승1패)에게 선발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태. 더욱이 최대 라이벌인 노모는 정상적인 출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박찬호는 내달 1일 리글리구장에서 열리는 시카고 커브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0승투수가 될 공산이 크다. 외야펜스를 휘감고 있는 담쟁이덩굴로 유명한 리글리구장은 지난해 4월7일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던 추억이 서린 곳.
앞으로 11경기의 선발등판을 남겨놓고 있는 박찬호는 이중 4,5승만 보탠다면 명실상부한 팀내 최고투수의 영광과 함께 내년 재계약에서는 올해 27만달러(약 2억4천만원)의 네 배에 이르는 「1백만달러시대」를 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