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98월드컵 대표팀엔 비쇼베츠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키워낸 선수들이 제법 있다. 스트라이커 최용수(상무)를 비롯, 이기형(삼성) 최성룡(상무)에서 골키퍼 서동명(현대)까지.
2년여 한솥밥을 먹으며 「깐깐한」 비쇼베츠식 축구에 단련된 이들은 비슷한 스타일의 「차범근호」에서 비로소 기량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최강 브라질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수비수 한두명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브라질 최고의 스트라이커 로날도를 무력화시킨 전 올림픽대표 출신 스토퍼 이민성(24·대우).
그는 이날 경기종료 7분전 석연치않은 페널티킥을 내줄 때까지 세계 최고의 공격수 로날도를 꽁꽁 묶었고 간간이 날카로운 전진 패스까지 연결시키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차감독은 종료 3분전 최진철과 교체돼 벤치로 걸어들어오던 이민성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차감독을 감동시킨 것은 로날도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 그가 보여줬던 체력과 투지.
사실 이민성은 「근성 부족」으로 애틀랜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비운의 선수였다.
비쇼베츠 감독은 지난 95년 1m82, 73㎏의 다부진 체격의 이민성을 두고 『스피드와 체력, 볼 키핑능력 등 스토퍼로서 재능은 있지만 투지가 부족하다』며 그를 대표팀에서 제외시켰었다.
문일고를 거쳐 아주대 3학년때 팀을 세차례나 대학부 정상으로 이끌었던 이민성에게 대표팀 탈락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96년 대우 입단이후 「악바리」로 변신했고 마침내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 대표팀에 풀백 대체요원으로 선발돼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지난 5월21일 한일 친선경기에서 주전 스토퍼 이상헌 대신 투입돼 스트라이커 조 쇼지를 완전 봉쇄했으며 이날 로날도를 또다시 묶었다.
차감독은 『양쪽 발목부상으로 불과 6일 전에 합류한 민성이가 큰 일을 해냈다』면서 『충분한 훈련을 받는다면 더욱 눈부신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