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김두리,「반짝스타 증후군」넘어라』

  • 입력 1997년 8월 25일 20시 17분


지난 93년 제37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터키·안탈리아)에서 김효정(강남대)이 2관왕에 오른 것이 여주여종고1년때. 이어 4년만에 김두리(전주여고)가 다시 여고1년생으로 세계양궁을 제패했다. 김효정이 「안탈리아의 신데렐라」라면 김두리는 「빅토리아의 신데렐라」. 양궁인들은 김효정과 김두리를 「국화빵」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이들은 닮았다. 우선 16세의 나이에 세계정상에 오른 점이 똑같다. 김효정은 1m70에 70㎏이며 김두리는 1m69에 71㎏으로 둘다 여자로선 드물게 보이는 당당한 체격. 호이트 42파운드짜리 강궁을 쏘는 점도 닮았다. 사선에 들어서면 겁없이 시위를 당기는 강심장, 무명에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일약 명궁칭호를 받은 신데렐라라는 점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김두리가 닮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반짝하고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스러지는 덧없음이다. 이는 한국양궁의 병폐.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금메달로 여고생 신화를 엮어낸 서향순은 올림픽 후 바로 무대뒤로 사라졌다. 90년 북경아시아경기의 주인공 이장미도 그랬다. 김효정도 다르지 않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후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 94년 굿윌게임 한번뿐. 번번이 국내선발전에서 탈락한 그는 지금 「잊혀진 선수」나 다름없다. 여고시절의 명성을 끝까지 이어간 선수는 한국양궁을 통틀어 김진호와 김수녕 정도뿐. 한번 대표선수가 되면 최소한 5년 가까이 각종 대회에 출전하는 미국 유럽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선수들의 조로현상은 남자보다 여자의 경우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양궁인들은 『김진호 김수녕같은 특출한 스타가 없는 대신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대표선발전이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기」처럼 어려워져 대표선수들의 얼굴이 해마다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과는 너무도 달라지는 선수들의 마음가짐 훈련자세 등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스타와 신데렐라는 다르다. 「정상에 오르기보다 정상을 지키기가 더욱 어렵다」는 말은 운동선수면 누구나 안다. 김두리가 신데렐라가 아닌 스타가 되는 길, 그 해답은 바로 이 평범한 말 속에 있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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