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죽이기(?) 전략을 짜라」.
박찬호(24·LA다저스)가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그는 이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어엿한 스타. 각 구단들은 저마다 박찬호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언젠가는 겪어야할 홍역이지만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
지난 7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은 대표적인 예. 명장으로 소문난 플로리다 짐 릴랜드감독은 투수를 뺀 선발타자 8명중 5명을 교체하는 「박찬호용 타순」을 선보였다.
연봉 1천만달러의 간판스타인 우익수 게리 쉐필드 대신 클리프 플로이드가 나온 것을 비롯, 톱타자인 데본 화이트 대신 존 칸젤로시, 1루수 짐 아이젠라익 대신 대런 달톤, 주전포수 찰스 존스 대신 그레그 존, 2루수에는 커트 애보트가 기용됐다.
플로이드와 애보트는 5월27일 박찬호로부터 홈런을 빼앗은 천적. 그레그 존은 박찬호에게 강한 왼손타자. 결국 릴랜드의 「박찬호용 타순」은 플로이드가 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박찬호의 투구패턴이 흔들린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 열흘간의 지나친 휴식도 유명세 탓이라는 분석.
3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다저스 빌 러셀감독은 박찬호의 등판일정을 두번씩이나 연기했다. 『찬호가 1백60이닝 이상을 던진 적이 한 번도 없고 시즌막판 재충전을 위해서』라는 게 표면상 이유.
그러나 실제로는 「강팀 킬러」이자 사실상 에이스인 박찬호를 8일 동부지구 2위 플로리다전에 투입한 뒤 13일 중부지구 1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전, 18일 서부지구 2위 샌프란시스코전에 대비하게 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날 장기휴식으로 투구리듬이 무너져 초반에 대량 실점한 뒤 물러나고 말았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