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4·LA다저스)의 최근 슬럼프에 대해 야구 전문가들은 신인급 투수가 한번쯤은 치러야 할 「통과의례」라고 진단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과정」을 박찬호만 겪는 것은 아니다. 그와 비슷한 또래의 투수들도 함께 겪고 있다.
박찬호처럼 2년째 풀타임 선발로 활약중인 로저 베일리(콜로라도 로키스) 카를로스 페레스(몬트리올 엑스포스) 프란시스코 코르도바(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잘 나가던 이들도 후반기 들어 주춤거리고 있다.
전반기에 8승7패를 거둔 베일리는 두달간 1승3패만을 기록중이다. 방어율도 3.63에서 4.35로 치솟았다. 지난해 2승3패에서 올해 9승10패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낮게 깔리는 직구를 빼면 구질이 다양하지 못한 편.
페레스도 빠른 공에만 의존하는 피칭으로 후반기에 4승6패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빠른 공이 강점인 코르도바는 후반기에 5승3패로 괜찮은 편이지만 방어율이 2.61에서 3.58로 올라갈 만큼 구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박찬호와 비슷한 연배라도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은 투수들은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올해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인 페드로 마르티네스(26·몬트리올 엑스포스)가 대표적인 예. 올해 5년차인 마르티네스는 올 시즌 17승7패로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5위.
그는 빠른 볼과 커브, 가라앉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공으로 타자들을 요리해 피안타율(0.183)과 방어율(1.91) 1위에 올라있다.
숀 에스테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마이너리그에서 5년을 연마한 뒤 메이저리거로 승격, 노련미가 돋보인다. 18승4패(방어율 3.04).
따라서 구질 하나만은 최고인 박찬호가 더 많은 실전 경험을 쌓는다면 모든 면에서 최고의 메이저리거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