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스포츠/야구스타 해외진출]美-日 정복 『나도 할수있다』

  • 입력 1997년 12월 21일 20시 24분


「갈색 폭격기」 차범근이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 「차붐」을 일으킨 지 어언 19년. 이후 국내선수의 해외진출은 간간이 이어졌지만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이는 없었다.

프로야구 박찬호(LA다저스)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 조성민(요미우리 자이언츠)은 올해 한국선수 해외활약의 갈증을 한꺼번에 풀어냈다. 미국 대륙과 일본 열도를 송곳같이 찔러댄 투수 삼총사의 쾌투는 연일 팬들을 들썩거리게 했다.

차범근이 활약했던 80년대 초중반만 해도 매스컴은 녹화 중계를 하거나 골 장면을 한번에 몰아서 특집으로 내보내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KBS가 박찬호의 선발경기를 생중계한 것을 비롯, 특파원들은 이들의 경기 소식은 물론 움직임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시즌초만 해도 1백승 투수 톰 캔디오티와 선발을 다투는 불안한 위치였지만 14승(8패 방어율 3.38)을 거둬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와 함께 팀내 최다승 투수로 올라섰다.

「나고야의 태양」 선동렬은 사사키 가즈히로(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게 구원왕은 내줬지만 39세이브포인트(1승1패 38세이브 방어율 1.28)를 올려 「국보」로서의 위용을 되찾았다.

「차세대 거인」 조성민은 후반기들어 2군에서 올라오자마자 12세이브포인트(1승2패 11세이브 방어율 2.89)를 따내 내년시즌 선발을 기약했다.

이들 해외파 삼총사가 거둔 합산 성적은 16승11패 49세이브에 방어율 2.86. 이는 한 팀을 우승권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 만한 성적이다.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가 「제2의 박찬호」와 「제2의 선동렬」을 기대하며 전쟁을 방불케 하는 스카우트전을 펼친 것도 이들의 활약상을 입증케 하는 대목이다.

신일고 2년생 왼손투수 봉중근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했고 대표팀 오른손 에이스 서재응(인하대)은 보스턴 레드삭스, 김선우(고려대)는 뉴욕 메츠에 입단했다.

기존 프로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잇달았다. 「야구천재」 이종범은 주니치 유니폼을 입었고 「갈기머리」 이상훈은 보스턴 입단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그러나 해외파 삼총사의 맹활약은 국내 프로야구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차범근이 이끄는 월드컵 축구의 열기가 불을 뿜었고 야구팬들의 눈과 귀는 해외로 쏠린 탓에 올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3백90여만명에 머물러 6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장환수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