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메이저리그 투수분석]

  • 입력 1997년 12월 28일 19시 58분


올해 1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박찬호(24·LA다저스). 그는 확실한 승부구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찬호는 우선 1백58㎞의 빠른 공으로 타자들의 얼을 빼놓는다. 그리고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라이징 패스트볼과 뚝 떨어지는 커브로 승부를 걸었다. 내년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뛸 이상훈(26·LG)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확실한 승부구를 가져야만 한다. 그럼 최고 투수들은 어떤 승부구를 던질까. 가장 효과적인 승부구는 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케빈 브라운은 싱커가 주무기. 1백52㎞의 속도로 직구처럼 날아오다 갑자기 가라앉는다. 타자들이 맞추어도 땅볼이 대부분. 플라이볼의 비율이 2할이 채 안된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데릴 카일은 커브가 일품. 보통 투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각이 10도 이상 커 타자들은 헛스윙하기가 예사. 박찬호와 에이스 자리를 다투는 노모 히데오는 포크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했다. 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자마자 폭포수 같이 뚝 떨어지는 그의 포크볼을 타자들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슬라이더로 재미를 보는 투수들도 있다. 후안 구즈만(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대표적. 그의 주무기는 「맨홀 슬라이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맨홀에 빨려들어가듯 휘어진다. 이 덕택에 그는 지난해 「타자들의 천국」이라는 아메리칸리그에서 방어율왕(2.93)에 등극할 수 있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존 스몰츠는 「슬라이더의 교과서」. 구속도 1백52㎞이지만 휘는 각도가 너무 커 포수들도 애를 먹는다. 여기에 「컴퓨터 컨트롤」로 불릴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이상훈과 같은 팀에서 뛸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자랑은 체인지업. 직구 구속은 1백50㎞ 정도. 하지만 체인지업도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와 타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는 역회전 볼을 연상시킬 정도. 덕택에 그는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품을 수 있었다. 〈김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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