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이재권/축구협 기술委 내실위주 변해야 한다

  • 입력 1998년 1월 3일 20시 28분


지난해 말 어느날.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팀에 대한 정보수집차 장기간 유럽과 중동을 거쳐 귀국한 축구대표팀 차범근감독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긴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했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최종예선을 끝내고도 차분히 앉아 생각을 정리할 틈이 도무지 없다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멕시코 등 본선상대팀들의 새로운 정보를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거의 얻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였다. 게다가 정보수집 후 치밀한 대응 전략구상을 포함해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보고서 제출 등 관행에 얽매여야 하니 ‘죽을 맛’이라는 것이었다. 선수선발과 정보수집, 전략적 조언 등을 위해 축구협회내에는 기술위원회가 있다. 13명의 기술위원에 강화소위 위원 12명을 합치면 25명이나 되는 대규모다. 과거 축구판에서 한가락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언뜻 보면 좋은 ‘구조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술위가 ‘감독을 감독하는 감독기관’에 그치고 진짜 도움이 될 정보나 조언은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감독이 미처 알지 못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캐기 힘든 것을 현장을 뛰며 얻어다 주는 것이 기술위원들의 진짜 할 일이다. 과거 일부 대표감독들도 그랬지만 지금 차감독도 같은 말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다”고. 차감독이 오만방자하거나 자기방어적 논리에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 싶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술위원장이 바뀌었다. 일단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전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감독위에 군림하는 ‘옥상옥(屋上屋)’이 아닌 진짜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재권기자·축구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