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한국씨름연맹 회의실. 98년 시무식에 참석한 연맹 직원들은 새해 덕담을 나누기에 바빴다.
그것도 잠시. 이들의 덕담은 오경의 총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발언에 얼어붙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모래판이 존폐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우리 처지만 얘기할 수 없지 않은가”는 반응이었다.
지금 씨름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8개로 운영되던 국내 씨름판은 지난해 세경진흥과 우리금고가 팀을 해체, 6개로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말 화의신청을 한 청구는 팀 매각에 나섰고 동성건설과 일양약품, 진로도 팀을 해체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오경의 총재는 “씨름단 인수 의사를 보이던 몇몇 기업들도 경제한파에 인수 의사를 철회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팀해체 도미노’를 지켜보는 많은 씨름 관계자들은 “과거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씨름이 최악의 길로 치달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즉 씨름단이 모두 없어지고 유명 감독들이 2,3명의 선수를 데리고 프로복싱과 마찬가지로 타이틀을 건 개인전을 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
물론 씨름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한 것은 경제위기라는 외부적 변수가 1차적 원인. 그러나 호경기에는 감춰져 있던 ‘내부 병폐’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현 모래판에는 이준희 이만기 강호동의 대를 잇는 특급스타가 없다. 기술도 83년 민속씨름 출범 당시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연맹과 각 구단들은 지금까지 ‘내탓, 네탓’만을 되풀이해왔을 뿐이다.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고 위기극복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김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