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는 선수들에겐 ‘제2의 이름’. 일단 유니폼을 입고 나서면 이름은 간 곳이 없다.
요즘 웬만한 인기종목은 등에 번호와 함께 이름이 새겨져 있지만 번호만 덩그러니 붙어 있던 시절. 얼굴깨나 팔린 스타들은 그래도 나았다. 톡톡히 설움을 당하는 축은 무명선수들.
“야,○번 똑바로 해!” “△번, 집에 가서 애나 봐라.”
국내농구 최장신 센터 서장훈(연세대)이 프로무대에서 11번을 단다. SK나이츠는 최근 서장훈에게 11번과 12번을 제시, 서장훈이 11번을 골랐다.
11,12번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삐삐’번호인 011,012에서 0을 뺀 것. 서장훈이 11번을 찍은 것은 ‘꺽다리’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함이다.
현재 SK의 11번은 후보인 이규철. 서장훈의 입단과 함께 그는 이 번호를 양보해야할 듯. 이것이 바로 무명의 설움. 11번은 80년대 여자농구의 별 김화순의 번호이기도 하다.
엔트리가 12명인 농구에선 4번부터 15번까지를 주로 사용한다. 4∼7번은 가드, 8∼11번은 포워드, 12∼15번은 센터. 그러나 지금 이 원칙은 간 곳이 없다.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가장 인기있는 번호는 00번. 기아엔터프라이즈의 권종오, SBS스타즈의 안병익, 현대다이냇의 이지승,동양오리온스의 박준영, LG세이커스의 오성식 등 5명이 이 번호를 달고 뛴다.
00번의 ‘시조’는 프로야구 현대의 김경기. 우람한 체격의 김경기는 당초 0번을 생각했다가 덩치에 비해 0번이 너무 초라해 보여 0을 두개 겹쳐 달았다.
등번호엔 자기만의 비밀도 있다.프로야구 롯데의 공필성.그의 등번호 0번은 성씨인 ‘공’에서 따온 것.삼성투수 박동희의 21번.이는 아버지 이름인 ‘두일’이 원조다.
축구에서 10번은 필드의 지휘관. 지구촌의 축구스타 마라도나와 플라티니가 바로 이 번호를 달았다. 한국월드컵대표팀에서는 최용수가 바로 10번.
반면 11번은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 이유는 11번이 두 다리의 모양이기 때문. 차범근 월드컵대표팀 감독이 현역시절 이 번호를 달았고 지금은 ‘날쌘돌이’ 서정원이 11번이다.
고려대 야구팀에선 18번이 선망의 대상. 선동렬 박노준 이상훈 김동주 등 최고의 스타들이 18번을 대물림했다.
〈최화경·이재권·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