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전기통신기기 메이커인 ‘사마트’가 14일 올 방콕아시아경기 후원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약속한 금액은 1천만달러. 이를 8백만달러로 축소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유는 물론 경제난.
회사측에 따르면 96년 3.4분기에 6천만달러의 흑자를 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무려 3천8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는 것. 태국의 바트화가 달러에 대해 50%나 평가절하된 것이 적자의 가장 큰 이유.
‘사마트’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태국정부는 2개월전 ‘호프웰 프로젝트’ 포기를 선언했는데 이 바람에 각 경기장을 잇는 도로망 건설이 중단됐다.
또 12일엔 아시아경기 전체예산을 3천3백만달러로 확정했다. 이는 당초 예정액에서 절반 가까이 깎인 것.
경제난이 가중되자 일부 경기장은 건설이 중단된 상태. 세팍타크로와 사격장은 공사진척률이 18%와 20%에 불과하다. 주경기장도 건설업체인 STN의 자금부족으로 지난 수개월간 일손을 놓고 있다.
방콕아시아경기까지는 앞으로 11개월. 과연 남은 기간에 대회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인가.
태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회준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조직위 인사들간의 불화로 사무총장까지 전격 경질되는 등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그동안 여러차례 태국정부에 “준비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경우 대회개최권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와 함께 경제가 붕괴직전까지 이른 태국의 형편으로는 대회준비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는 것같다.
우리도 70년 제6회 아시아경기를 유치했다가 당시 박정희대통령의 지시로 배상금을 물고 반납한 적이 있다. 이 대회는 방콕에서 대신 열렸었다.
지금으로선 태국의 경제사정이 급작스럽게 호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28년만에 다시 개최권 반납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