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부모를 능가하면 기뻐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초까지 금성통신(현 LG화재)의 주포로 활약했던 대만인 후국기씨(45).
그는 “태극 마크를 꼭 달고 싶다”는 아들 후인정(24)의 간절한 소망을 받아들여 95년 한국 귀화를 승낙했다.
16일 현대자동차써비스 대 한양대의 데이콤배 98한국배구슈퍼리그 경기가 벌어진 대구실내체육관.
4천여 관중이 “후인정”을 연호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써비스의 주포로 나서 팀을 3대0 승리로 이끈 아들을 바라보는 후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현대는 이날 1차대회에서 대학부 우승을 차지한 한양대를 맞아 후인정(8득점 35득권)이 고비마다 오픈공격과 후위공격 등 다양한 공격을 퍼붓는 활약에 힘입어 승리를 안았다.
반면 96년 전국체전 이후 38연승을 달리던 한양대는 연승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승부의 고비는 두번 있었다.
첫번째는 1세트 8대5로 한양대가 리드하고 있던 때.
한양대 이영택이 속공을 성공시키며 환호하는 순간 주심은 그의 네트 터치를 선언했고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던 한양대 송만덕감독이 레드 카드를 받아 1점을 벌점으로 당하는 등 내리 2점을 현대에 내준 것.
흥분한 벤치의 영향을 받은 한양대는 후인정 이인구의 강타에 연이어 점수를 내주며 15대17로 첫세트를 빼앗겼다.
두번째는 3세트 14대14의 동점 상황. 2세트를 5대15로 진 한양대는 3세트들어 총력전을 전개했고 손석범(7득점 31득권)을 앞세워 14대14까지 추격했다.
한양대 백승헌이 후인정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끊어내 15대14. 이 세트를 한양대가 따내면 승부는 예측 불허.
이때 강만수 현대감독은 한희석을 박종찬과 교체해 투입했고 한희석이 한양대 손석범과 석진욱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고 강성현이 블로킹으로 1점을 보태 16대15로 역전시킨 뒤 강성형이 왼쪽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득점타를 꽂아넣었다.17대15.
강감독은 절친한 친구인 후씨의 손을 잡고 “자네 아들 덕분에 이겼다”며 즐거워했다.
〈대구〓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