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의 바둑 ‘국수’는 누구일까.
신동파 대한농구협회 이사와 김정남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들이 ‘국수’자리를 놓고 첫 공개대국을 벌인다.
주최측은 케이블TV ‘바둑TV’. 대국은 23일 녹화돼 설 연휴 ‘바둑은 즐거워’ 프로에 방영될 예정.
제한시간은 각 20분. 여기에 30초씩 세차례 초읽기가 주어지며 흑은 5호반 공제.
이들은 스포츠계에서 알아주는 고수. 나란히 아마4단으로 프로로 치면 1급수준.
두 사람의 대결은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8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신씨는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며 김씨는 축구대표팀 감독.
함께 태릉선수촌에서 합숙중이었으니 시간은 무진장 있었다. 하루 훈련이 끝나고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가 대국 개시시간.
바둑은 으레 다음날 새벽 2,3시까지 이어졌다. 한판 두는데 한시간을 잡으면 하루평균 6,7판을 둔 셈이다. 승률은 절반정도였으니 호적수.
내성적인 성격의 두 사람은 바둑 두는 스타일까지 닮았다. 그렇다고 바둑이 결코 소극적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모두 전투형. 실리위주의 견실한 바둑을 두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당시의 급수도 지금과 마찬가지. 10년 이상 아마4단을 고수했으니 엄청나게 짠 바둑이다.
일찍 바둑을 배웠던 김씨에 비해 신씨는 입문이 늦었다. 도쿄올림픽이 열렸던 64년. 당시는 태릉선수촌이 없어 대표선수들은 동숭동의 합숙소에서 지냈다.
연세대 재학중이던 신씨는 대표팀의 막내. 주장인 김영기씨(한국농구연맹 전무·4급)의 어깨너머로 바둑을 배운 그는 처음 9점을 놓고 바둑판에 마주 앉았다.
바둑실력이 부쩍 는 것은 기업은행에 몸담았던 시절. 당시 기업은행 바둑부 코치였던 프로기사 김재구씨의 지도를 받으면서 단숨에 아마초단을 땄다.
농구계에서 신씨 외에 고수는 김영설(전북농구협회) 조승연(삼성생명농구팀 총감독) 방열씨(경원대교수) 등. 김씨는 신씨와 맞두는 실력이고 방씨는 2급, 조씨는 3급 수준.
생애 처음 TV카메라 앞에서 바둑대결을 벌일 두 사람은 “평소 두던 대로 하면 되지 않으냐”고 애써 태연해하면서도 ‘공개대국에서 지면 망신’이라는 생각으로 벌써부터 포석 구상에 골몰.
〈최화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