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너무 너무 기다렸어요.”
눈물이 핑 돈다. 지난 1년여의 시련이 너무 힘들어서였을까.
한국 배드민턴의 ‘여장부’ 장혜옥(22·충남도청).
자그마하지만 다부진 체구에 매서운 눈초리로 96년 애틀랜타올림픽무대에서 당돌하면서도 패기넘친 플레이를 펼쳤던 그다.
올림픽 은메달. 그리고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
그러나 좋은 일은 오래가지 않는다던가.
올림픽 직후에 찾아온 병마. 골반뼈조각이 근육에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졸지에 코트 밖으로 내쫓겼다.
그러나 결코 배드민턴을 버릴 수가 없었다. 병상에 누운 채 라켓을 들고 손목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등 재기를 위한 눈물겨운 투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1년. 마침내 보란 듯이 일어났다.
“끝났다”는 주위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장혜옥은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15일부터 열리는 세계남녀선수권대회 출전 국가대표선수로 당당히 복귀한 것.
그는 다시한번 보란 듯이 세계무대를 석권하겠다고 벼른다. 그의 이같은 장담에 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오기는 알아주는 것이기 때문.
장혜옥은 어릴적 옆동네에 살던 정소영(전 국가대표)이 라켓을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 배드민턴을 시작했다.그렇지만 키가 작아 대성할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수차례 들었다.
그러나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핸디캡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이를 극복해냈던 것.
또한 한번 오름세를 타면 거칠 것이 없는 그에 대한 믿음도 크다. 93년 여고1년때 국가대표가 된 장혜옥은 이듬해인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에서 심은정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고 95년엔 길영아와 짝을 이뤄 코리아오픈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인 게 페이―구준조(중국)를 완파하고 우승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것.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장혜옥의 목표다. 다시한번 한국낭자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배극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