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캘거타동계올림픽. 검은 피부의 네 명이 봅슬레이를 탄다. 다 낡아빠진 봅슬레이였다.
이중 한 명은 하계올림픽종목인 육상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었으나 출전자격을 얻는데 실패했던 선수. 결국 그는 봅슬레이로 종목을 바꿔 올림픽무대를 밟았다.
이들은 열대지역인 자메이카 선수들. 결국 이들은 올림픽 예선에서 골인지점을 앞두고 봅슬레이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봅슬레이를 걸머지고 뛰어내려오는 이들에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영화 ‘쿨러닝’으로도 만들어진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의 감동어린 얘기다. 이들은 이후 92알베르빌과 94릴레함메르에 이어 이번 나가노동계올림픽에도 2인승과 4인승 종목에 모두 출전했다.
8일 나가노 북부지역의 리주나산에 세워진 스파이럴코스에서 루지경기를 치른 한국선수단은 ‘한국판 쿨러닝’을 연출했다. 이날 남자싱글 종목에 출전한 한국선수는 이기로 강광배 이용 등 모두 3명.
이들은 국내에 루지경기장이 없어 무주리조트의 활강코스에서 바퀴달린 눈썰매를 타며 훈련을 했다. 지난 겨울 올림픽 출전자격을 따기 위해 유럽을 다녀온 것이 고작.
선수도 30여명의 동호인들이 중심이 됐다. 이중에는 스키선수보다는 역도 유도선수 출신이 더 많다.
한국선수들이 9일까지 이틀간 치러지는 예선을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 선수단 총감독인 최귀승 바이애슬론협회장의 말마따나 코스를 이탈하는 창피를 안 당하고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입상보다는 참가 자체가 목표인 루지. 그러나 그렇다고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 자메이카의 봅슬레이팀처럼 꼴찌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나가노〓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