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세계의 수도라고 부르는 뉴욕은 경제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중문화의 메카이기도 하다.
농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9일의 제48회 미국프로농구 올스타전은 단순한 스포츠행사를 떠나 뉴욕인들의 문화적 자긍심이 한껏 분출된 향연이었다.
이날의 주제는 문화와 스포츠의 만남. 농구와 브로드웨이를 한곳에 모아 놓았다는 캐치프레이즈가 이번 올스타전의 성격을 잘 설명해준다.
경기가 열린 매디슨스퀘어가든 역시 이같은 특징이 집약된 장소.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세기의 대결이 열렸고 미국인들의 국민가수 프랭크 시내트라가 여기서 공연을 가졌다. 소년소녀들이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한대목을 부르는 식전행사로 막을 연 이날의 이벤트는 타임 아웃때마다 도레미송, 메모리 등 친숙한 멜로디가 이어지며 박수를 유도했다.
하프타임 휴식시간. 현란한 조명과 웅장한 배경음악속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들이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의상 차림의 배우들이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타이타닉’ 등 10개의 레퍼토리를 선보이자 스탠드는 환호와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
2시간30분이 넘도록 이어진 스포츠와 문화의 풍성한 세례 속에 팬들의 가슴이 뿌듯해졌음은 당연한 이치.
당대최고의 스타들이 모이는 올스타전은 본래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 팬들도 좋아하는 스타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비싼 돈을 치르고 경기장을 찾는다.
마이클 조던과 ‘포스트 조던’을 노리는 신진들의 각축이 볼만했던 이번 올스타전은 참가선수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손님을 끌 수 있는 장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 한가지라도 더 서비스하려는 노력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뉴욕〓이 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