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도계가 연초부터 우울하다.
지난달 31일 17년 역사의 쌍용양회 유도팀이 해체된데 이어 이달초 끝난 98파리오픈대회에서는 사상 최악의 성적인 은메달 1개에 그쳤다. 지난해 금3 은1 동3개로 종합 2위를 차지했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파리오픈은 사실상 유럽선수권대회나 마찬가지. 여기에 일본 한국 등 세계 강국들이 대거 참가하기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에 못지않다.
물론 이번대회에는 전기영 김혁 등 한국의 간판스타들이 선발전에서 탈락, 참가하지 못했다. IMF한파에 따른 경비절감 차원에서 여자도 4체급만 참가했다. 그러나 조인철(용인대)이 허무하게 예선탈락한 것을 보면 전기영이나 김혁이 나갔어도 성적이 좋았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유도는 한국의 메달 효자종목. 96애틀랜타 올림픽에선 금2 은4 동2,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금1 은1 동2개를 따냈다. 그런 한국유도가 왜 갑자기 약해졌을까.
이학래 대한유도회부회장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세대교체기를 맞은데다 실업팀의 잇따른 해체로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쌍용양회 감독인 장인권 대한유도회 경기이사는 “이번 대표선수들이 대부분 국제경기경험이 적은 신인급이었는데다 연습기간도 짧았다”며 “목표는 올 12월의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운동선수는 사기를 먹고 산다. 지는데 익숙한 선수는 이기는 법을 모른다. 신인들에게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세대교체기니까 당연히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래서 위험천만이다.
시드니올림픽까지는 앞으로 2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김화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