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 감미로운 선율을 타고 펼쳐지는 은반위의 연기는 ‘환상적’이라는 수식어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얘기가 심판에 이르면 달라진다. 이들을 ‘악마’라고 부르는 이도 적지 않다.
어느 경기든 심판에 대한 불만은 있게 마련. 그러나 피겨의 경우는 특히 심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나가노동계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캐나다 아이스댄싱팀의 나탈리아 두보바 코치는 16일 프랑스와 러시아 심판을 거칠게 비판했다. 그는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그리슈크―플라토브 조가 과연 역대 대회 금메달리스트만큼 최고의 대우를 받을 만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8일 열린 페어부문 규정종목도 마찬가지. 러시아의 드미트리에프―카자노바조가 연기 막판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그러나 이들은 객관적으로 보다 매끄러운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던 독일과 미국팀을 모두 제치고 1위를 했다.
94년 릴레함메르대회때도 여자싱글 금메달은 고난도의 기술을 실수없이 해낸 낸시 캐리건(미국)이 아닌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에게 돌아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동서 냉전이 심했던 70년대에는 심판들조차 동서로 나뉘었고 대부분 자국이나 동맹국의 선수들에게 후한 점수가 주어지기도 했다. 이제 냉전은 사라졌다.
대신 생겨난 것이 ‘유명세’라는 함정. 피겨 심판들은 출전선수의 연기가 끝날 때마다 45초내에 점수를 매겨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심판들은 눈에 익숙한 스타플레이어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점수를 매기기 일쑤.
또 심판들의 자리배치나 의견교환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엉뚱한 판정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심판의 고령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많다.
〈전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