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나가노동계올림픽 여자대회전이 열린 20일 일본 시가고겐 슬로프 결승선. 여기저기서 “뎁, 뎁, 데보라”가 터져나왔다.
데보라 콤파뇨니(28·이탈리아)는 기록판을 쳐다본 뒤 우승을 확신한 듯 관중들에게 돌아서 손을 흔들었다. 순간 숱한 아픔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88년 활강 연습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첫 수술을 받은 뒤 92알베르빌 올림픽 대회전 경기까지 이어진 5차례의 수술.
그때마다 그는 일어섰다. 이날 콤파뇨니는 2분50초59를 기록, 알렉산드라 마이스니처(2분52초39·오스트리아)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콤파뇨니는 이로써 대회전에서 동계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며 카트야 자이징거(독일), 브레니 슈나이더(스위스)와 함께 알파인스키 통산 3관왕에 올랐다.
전날 회전에서 힐데 게르그(독일)에게 0.06초 차로 역전패, 은메달에 머물렀던 콤파뇨니는 이날 1차시기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과시하며 프랑스의 소피 르프랑을 0.94초 차로 눌러 일찌감치 우승을 예고했다. 콤파뇨니는 ‘스키황제’ 알베르토 톰바(31)와 함께 이탈리아 남녀 알파인 스키의 자존심. 그는 또 97∼98월드컵시리즈에서도 9연승 기록을 세우며 종합 랭킹 선두.
콤파뇨니는 파파라치(몰래 사진사)의 주타깃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의류회사 베네통의 상속자인 알레산드로 베네통과 숱한 염문을 뿌리기 때문.
한편 여자 크로스컨트리 30㎞ 프리스타일에서는 러시아의 줄리아 체팔로바(21)가 1시간22분01초5를 기록,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스테파니아 벨몬도(이탈리아·1시간22분11초7)를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이로써 러시아는 사상 최초로 여자 크로스컨트리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점프와 크로스컨트리의 합계로 순위를 가리는 노르딕복합 남자 단체에서는 전날 점프종목에서 3위에 그쳤던 노르웨이가 이날 크로스컨트리 20㎞계주에서 54분11초5를 기록, 핀란드(55분30초4)와 프랑스(55분53초4)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