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피를 말리는 순간 순간들인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 칼끝 하나에 체중을 싣고 쓰러질 듯 질주하는 우리 선수들, 찰나에 뒤집히는 승부.
두 손을 모으고 TV를 뚫어져라 바라본 온 국민의 마음도 혼신의 힘을 다한 선수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코치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 뭉클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쇼트트랙 선수가 몇명이기에, 실내 빙상장이 도대체 몇개이기에, 쇼트트랙 역사가 얼마나 길기에 그 어린 선수들이 연달아 금메달을 따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가. 적어도 우리 선수들이 ‘코리아 쇼트트랙의 신화’를 엮어내는 순간만큼은 IMF한파도, 삶의 고단함도 저만큼 달아났다.
그러나 돌아서면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가슴이 답답한 것은 왜일까?
새 정부의 기구개편 밑그림에서 그나마 존재하던 ‘문화체육부’의 ‘체육’이란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학교 체력장의 폐지로 허우대는 멀쩡한데 헐떡거리는 젊은이들, 헌신짝 대우를 받으며 길거리로 나앉은 지도자와 선수들 그리고 따뜻한 눈길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비인기종목 선수들.
스포츠에서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온 국민은 하나되어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다짐을 하면서 저력을 키워왔다.
체육이 이처럼 중요하고 필히 이끌어줘야 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애썼다는 전화 한번보다 그야말로 신명나게 매진할 수 있는 체육환경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그래서 언제부턴가 체육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비애와 자조적인 답답함을 덜어줄 수는 없을까.
나가노동계올림픽의 막이 내렸다. 현란한 공연이 끝난 뒤 엄습해오는 허탈감을 우리 모두가 감싸주자. 저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새로운 승전보를 위해 다시 힘을 실어주자. 스포츠는 영원하지 않은가.
최명수<상지대교수·체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