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해’와 ‘지는 별’. 이번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도 그 희비가 뚜렷했다.
떠오르는 별의 선두주자는 알파인 스키의 헤르만 마이어(오스트리아). 활강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3관왕은 놓쳤지만 슈퍼대회전과 복합에서 우승, 알베르토 톰바(이탈리아)로부터 당당히 ‘스키 황제’ 자리를 물려받았다.
또 ‘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선 16세의 타라 리핀스키가 라이벌 미셀 콴(이상 미국)을 누르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은반의 여왕’으로 등극, 카타리나 비트(독일)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의 정통 후계자임을 입증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선 클랩스케이트 종주국인 ‘네덜란드 군단’이 위력을 떨친 가운데 지아니 롬메는 남자 5천m와 1만m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최고스타로 떠올랐고 마리안 팀머는 여자1천5백m와 1천m에서 우승한 뒤 플레이보이지로부터 사진모델교섭을 받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외에 무명의 장 뤽 크리티에(프랑스)는 육상 1백m에 비유되는 스키 남자 활강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며 새로운 별로 떠올랐고 독일 여군 힐데 게르크는 데보라 콤파뇨니(이탈리아), 카트야 자이징거(독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세계정상으로 도약.
여자 크로스컨트리에선 올림픽에 첫 출전한 주부선수 라리사 라추티나(러시아·32)가 3관왕에 오르며 완숙미를 자랑했으며 31세의 ‘크로스컨트리 달인’ 비외른 달리(노르웨이)는 통산 여덟개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신기원을 이루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금밭인 쇼트트랙에서는 남자1천m우승자 김동성(경기고)이 차세대기둥으로 뚜렷이 자리매김했으며 남녀 5백m 금메달리스트인 니시타니 다카후미(일본)와 앙리 페로(캐나다)의 부상도 돋보였다.
반면 각 종목 기존 스타들의 퇴장도 두드러졌다.
올림픽 3관왕 톰바는 이번 대회에서 온갖 구설수에 오르며 경기에서 기문통과조차 실패해 실격하는 무기력함을 보였다.
또 피겨의 ‘흑진주’ 쉬르야 보날리(프랑스)는 흑인에 대한 심판판정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어쩔수 없는 기량의 한계를 절감하며 쓸쓸히 무대뒤로 사라져야 했다. 여기에 ‘빙판의 황제’ 그레츠키(캐나다)도 팀의 부진과 함께 서서히 기울어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나가노〓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