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이상훈,美서 성공하려면 배워라!

  • 입력 1998년 3월 3일 20시 15분


《지난 2년간 장안의 화제가 됐던 ‘하일성의 눈’이 올해부터는 ‘허구연의 야구읽기’로 바뀌어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국가대표를 거쳐 프로 최연소 청보감독, 롯데 수석코치,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급코치를 지낸 허구연씨는 풍부한 현장경험과 해박한 지식으로 살아있는 야구 이야기를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생생하게 전달할 것입니다.》

“박찬호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지만 결점도 많았다. 내가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더블A팀 감독이었을 때 일이다. 샌 안토니오에서 뛰던 박찬호는 투구폼이 워낙 커 주자만 나가면 도루를 허용했다. 우리는 그때 3이닝에 8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그가 던지는 걸 보니 투구동작뿐만 아니라 자로 잰 듯한 제구력, 뛰어난 주자견제와 번트수비 등이 메이저리그 정상급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는 타고난 재능과 함께 코치들의 지도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플로리다에서 만난 토론토 불펜코치 살 버터러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찬호는 초년병 시절인 94년 시범경기때 보크를 자주 해 코칭스태프를 당황하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당시 애너하임전에서 보크를 한 뒤 필자가 이유를 묻자 “나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을 정도.

그런 그가 지난달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시범경기에 첫 등판한 뒤에는 투구내용이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지난 4년간은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던졌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이는 4년이 흐른 뒤 그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이상훈의 메이저리그 진출 지연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미국야구에 대한 정보부족과 무지,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들의 어이없는 일 처리,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해프닝속에 선수만 곤경에 처해 있어 안타깝다.

“오랜 스카우트 생활을 해왔지만 몇 백만달러짜리 투수가 몸풀고 가볍게 공만 던지면서 공개연습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고 기막혀 하는 주위의 이야기를 들을 땐 창피스럽기조차 하다.

이제 이상훈은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이라부 히데키가 연일 매스컴의 혹평을 받는 것처럼 ‘건방지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이상훈은 이제 시간이 없다. 한 달후면 개막. LG구단과 힘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성공시켜야 한다. 아무리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지만 경험없이 박찬호와 같은 자신감을 갖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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