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녔지만 결점도 많았다. 내가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더블A팀 감독이었을 때 일이다. 샌 안토니오에서 뛰던 박찬호는 투구폼이 워낙 커 주자만 나가면 도루를 허용했다. 우리는 그때 3이닝에 8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그가 던지는 걸 보니 투구동작뿐만 아니라 자로 잰 듯한 제구력, 뛰어난 주자견제와 번트수비 등이 메이저리그 정상급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는 타고난 재능과 함께 코치들의 지도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있는 선수다.” 플로리다에서 만난 토론토 불펜코치 살 버터러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찬호는 초년병 시절인 94년 시범경기때 보크를 자주 해 코칭스태프를 당황하게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당시 애너하임전에서 보크를 한 뒤 필자가 이유를 묻자 “나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했을 정도.
그런 그가 지난달 28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시범경기에 첫 등판한 뒤에는 투구내용이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지난 4년간은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던졌지만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이는 4년이 흐른 뒤 그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우리가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이상훈의 메이저리그 진출 지연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미국야구에 대한 정보부족과 무지, 보스턴 레드삭스 스카우트들의 어이없는 일 처리,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해프닝속에 선수만 곤경에 처해 있어 안타깝다.
“오랜 스카우트 생활을 해왔지만 몇 백만달러짜리 투수가 몸풀고 가볍게 공만 던지면서 공개연습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고 기막혀 하는 주위의 이야기를 들을 땐 창피스럽기조차 하다.
이제 이상훈은 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이라부 히데키가 연일 매스컴의 혹평을 받는 것처럼 ‘건방지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이상훈은 이제 시간이 없다. 한 달후면 개막. LG구단과 힘을 모아 하루라도 빨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성공시켜야 한다. 아무리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지만 경험없이 박찬호와 같은 자신감을 갖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