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선동렬도 한때 정리해고 당했다』

  • 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밤새 안녕.” 인사말까지 바꿔버린 국제통화기금(IMF)시대. 하룻밤새 ‘고개숙인 가장’들이 속출하는 시대다.

그런데 천하의 선동렬(35·주니치 드래건스)이 해태 시절 정리해고와 다름없는 임의탈퇴 공시를 당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때는 87년 3월27일. 시즌개막을 코앞에 둔 선동렬은 마라톤 연봉협상을 계속했다.

당시 선동렬은 86년에 올린 24승6패 6세이브 방어율 0.99의 경이적인 성적을 앞세워 8천만원을 요구했다. 반면 구단 제시액은 6천만원. 이날 양측은 조금씩 양보해 의견차를 5백만원으로 좁혔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선동렬의 부친 선판규씨가 갑자기 메가톤급 폭탄선언을 하고 만 것.

그는 “구단에서 4개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 푼도 받지 않는 백지계약을 하겠다. 대신 선동렬이 광주에서 등판하는 날은 관중들을 무료 입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건 4개조건은 요즘으로 치면 투구이닝에 따른 이면계약.

한껏 무르익었던 협상 분위기는 이 해프닝으로 산통이 깨졌다. 심기가 크게 상한 박건배구단주는 나흘 후 선동렬을 임의탈퇴 공시했다. 결국 선동렬은 공시 이틀 후 구단의 최종 제시액보다 오히려 5백만원이 깎인 6천만원에 도장을 맡기고 말았다.

〈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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