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천하의 선동렬(35·주니치 드래건스)이 해태 시절 정리해고와 다름없는 임의탈퇴 공시를 당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때는 87년 3월27일. 시즌개막을 코앞에 둔 선동렬은 마라톤 연봉협상을 계속했다.
당시 선동렬은 86년에 올린 24승6패 6세이브 방어율 0.99의 경이적인 성적을 앞세워 8천만원을 요구했다. 반면 구단 제시액은 6천만원. 이날 양측은 조금씩 양보해 의견차를 5백만원으로 좁혔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선동렬의 부친 선판규씨가 갑자기 메가톤급 폭탄선언을 하고 만 것.
그는 “구단에서 4개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 푼도 받지 않는 백지계약을 하겠다. 대신 선동렬이 광주에서 등판하는 날은 관중들을 무료 입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내건 4개조건은 요즘으로 치면 투구이닝에 따른 이면계약.
한껏 무르익었던 협상 분위기는 이 해프닝으로 산통이 깨졌다. 심기가 크게 상한 박건배구단주는 나흘 후 선동렬을 임의탈퇴 공시했다. 결국 선동렬은 공시 이틀 후 구단의 최종 제시액보다 오히려 5백만원이 깎인 6천만원에 도장을 맡기고 말았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