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 마스터스/화제의 참가자]불암사 일면스님

  • 입력 1998년 3월 15일 21시 42분


“자 우리 힘차게 한번 뛰어볼까.”

불암산자락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불암사(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고요하기만 하던 사찰 경내에 난데없이 힘찬 구령이 울려 퍼졌다.

다름아닌 일면(日面)주지스님과 10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달리기 연습. 29일 경주에서 벌어지는 동아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처음 모인 자리다. 평소 근엄하기만 하던 주지스님이 구령까지 붙여가며 운동하는 모습에 학생들은 신기한 듯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일면스님이 신도들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광동고(남양주시)학생들과 함께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한 것은 ‘국난극복’이라는 동아마라톤의 불굴 정신에 깊은 공감을 한 때문.

“동아마라톤의 뜻이 좋아서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지요.”

연초에 일면스님은 양복입고 불암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직장에서 해고당해 갈 곳 없는 아버지들. 일면스님은 곧바로 이들을 위해 사찰내에 ‘자비의 쉼터’라는 실업자 휴식처를 만들었다. 때마침 ‘실의를 딛고 다시 뛰어보자’는 동아마라톤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게 됐다. 더구나 ‘1미터1원 모임’에서는 실직자 자녀 등 불우이웃을 돕기위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 아닌가. 일면스님은 ‘바로 이거다’ 싶었다.

출가전부터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막상 운동을 직접 즐길 기회가 없었다는 일면스님. 올해는 우선 5㎞에 도전키로 했다. 신도들은 물론 광동고 학생들에게도 적극 참여를 권하고 있다.

“모든 것이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합심할 때만 위기가 극복되는 법입니다.” 서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강조하는 일면스님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새봄 새 희망이 듬뿍 담겨 있었다. 0346―65―8345

〈남양주〓전 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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