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부문 10㎞를 신청한 이수완씨(28·경기 안산시 원곡동)는 듣지 못한다. 말도 못한다. 그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달리는 것이다.
새벽 3시. 집을 나서서 네시간 동안 무작정 길을 치닫는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깨닫을 수 있다.
이씨는 지난해 여름까지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다. 충북 충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나가기가 무서웠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건 지난해 9월의 서울국제하프마라톤대회. 그는 우연히 이 대회에 참가했다가 18위를 차지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새벽 3∼7시, 오후 3∼5시 하루 두차례 달리며 새 인생을 가꾼다. 그의 최종 목표는 2001년 이탈리아에서 열릴 세계농아대회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
새 세상이 열렸기 때문일까. 너무 열심히 연습을 해 허리 통증을 느낀다. 그래도 그의 뒤에 육상중앙연합회 최정화이사(여·51)가 버티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최이사는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를 알고 그를 돕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최이사는 요즘 말문이 막힌 이씨와 매일 팩스를 주고 받으며 지도하고 있다.
최이사도 지난해 동아마라톤을 뛴 선수 출신. 파주 금천초등학교 3학년때 육상을 시작, 경기도 대표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인내심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마라톤이 최고”라는 최이사는 탄력있는 몸매를 스스로 자랑한다.
〈김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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