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끝난 98쇼트트랙세계선수권대회는 최강임을 자처해온 한국의 자존심이 일거에 무너진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나가노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이경(연세대)과 김동성(고려대)이 남녀 3천m에서 우승했을 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이경과 김윤미(정신여고)가 여자 1천5백m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김동성이 남자 5백m에서 동메달을 따낸 게 그 밖의 성적. 한국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남녀 계주에서도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다.
한국의 부진은 지난달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의 선전으로 경계심이 풀린데다 지난해말부터 잇따른 국제대회 출전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원인. 또 여자선수들은 대부분 독감에 걸려 고생했다. 그러나 중국의 급부상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경기운영 미숙과 불운으로 동계올림픽에서 참패하자 곧바로 ‘타도 한국’을 외치며 휴식없는 강도높은 훈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우승을 눈앞에 두고 한국에 번번이 금메달을 빼앗기는 등 ‘금메달 징크스’에 울었던 중국은 이제 기량으로는 한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평가. 특히 5백m와 1천m의 중단거리에선 독보적인 위치로 성장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10개의 금메달중 5개를 차지했다. 양양A는 여자 1천5백m와 1천m, 계주에서 우승해 3관왕이 되며 종합우승, 대회 4연패를 노리던 전이경을 무릎꿇렸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편해강부회장은 “중국이 체격조건과 스피드에서 한국을 추월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는 한수 앞선 지구력과 정신력, 레이스 운영과 작전 등으로 정상을 지켜왔지만 앞으로는 시설 확충과 선수 육성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