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보부도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제일은행의 김관영(金官永·49)대리와 지난해 법원에 화의신청을 낸 쌍방울 유명기(柳明起·38)과장.
골인지점을 통과한 뒤 그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버린 김대리와 유과장. 그러나 그들의 고통스러운 얼굴에는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 김관영 제일銀 대리 ▼
77년 제일은행에 입사, 현재 서울 제일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레이스 도중 몇차례나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완주를 기대하고 있는 수많은 동료들의 얼굴과 회사의 어려운 처지가 떠올라 이를 악물고 뛰었다”며 가쁜 숨을 토해냈다.
기운을 잃어버린 모든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그는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결심, 22층인 회사건물 계단을 뛰어오르며 다리 힘을 길렀다.
“은행을 떠난 동료와 남아 있는 동료들 모두에게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는 김씨는 “어떻게 풀코스를 뛰어왔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모든 동료들에게 용기를 줬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 유명기 쌍방울 과장 ▼
쌍방울 유과장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백리 길을 달렸다. 이마에 두룬 ‘쌍방울을 살립시다’는 머리띠는 땀으로 범벅이 됐다.
유과장이 메인 스타디움을 들어서는 순간 아빠를 기다리던 경민(8) 태현(5) 남매는 아빠에게 쌍방울 사기(社旗)를 건네주며 “아빠 파이팅! 쌍방울 파이팅!”하고 외쳤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 골인한 유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경주까지 응원온 동료들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외쳤다.
“해냈습니다. 백리길을 달린 이 마음 이 각오로 회사를 살립시다.”
유과장은 “끝까지 해내기를 기도하고 있을 쌍방울 2천여 직원과 가족을 생각하면 힘이 솟았다”며 모든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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