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현대勞使 3천여명 완주 『우리는 한마음』

  • 입력 1998년 3월 29일 20시 49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레이스에는 노사가 따로 없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해마다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 현대자동차 노사(勞使) 3천여명은 98동아마라톤 마스터스대회를 통해 노사토론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던 귀중한 것들을 얻었다. 레이스 도중 그들은 ‘노’와 ‘사’가 아니었으며 오로지 ‘강한 현대’였을 뿐이다.

마스터스 풀코스부터 5㎞ 부문까지 골고루 출전한 현대계열사 노사는 근로자 수십명이 회사 중역을 에워싸고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완주했다. 기권하려던 근로자는 회사 중역의 따뜻한 격려를 받아가며 이를 물고 결승점까지 달렸다.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璧)대표 신익현(申翼鉉)부사장 등 임원진 1백여명은 이날 출발 한시간 전부터 경주시민운동장에 나와 함께 출전한 일반 근로자 8백여명과 악수를 나누며 ‘선전’을 당부했다.

평소 일때문에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없었던 사원들은 언덕길을 오르다 숨이 차오르자 ‘어싸 어싸’를 함께 소리치며 힘을 냈다. 그야말로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치는 순간이었다.

5㎞를 완주한 장명우(張明雨·55)생산담당 전무는 “가까이서 근로자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땀냄새를 맡으며 함께 달려보니 생산현장에서는 느끼지 못한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 4천명 가운데 약 1천명이 출전한 현대정공 역시 김평기(金平基)대표 등이 근로자들과 함께 회사에서 단체 주문한 노란색 조끼를 입고 달려 단합을 과시했다.

하프코스에 출전한 노조 대의원 하홍근씨(39·차량생산1부)는 “현재의 경기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참가를 결심했다”며 “동아마라톤을 통해 노사가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생산성도 향상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현대정공은 노사화합을 돈독히 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모두 결승점에 골인한 뒤 부서별로 ‘화합의 뒤풀이’를 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약 5백명이 출전한 현대자동차 역시 임직원들이 함께 달리며 언덕길에서 힘에 부칠 때면 서로를 격려,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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