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해마다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현대중공업과 현대정공 현대자동차 노사(勞使) 3천여명은 98동아마라톤 마스터스대회를 통해 노사토론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던 귀중한 것들을 얻었다. 레이스 도중 그들은 ‘노’와 ‘사’가 아니었으며 오로지 ‘강한 현대’였을 뿐이다.
마스터스 풀코스부터 5㎞ 부문까지 골고루 출전한 현대계열사 노사는 근로자 수십명이 회사 중역을 에워싸고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완주했다. 기권하려던 근로자는 회사 중역의 따뜻한 격려를 받아가며 이를 물고 결승점까지 달렸다.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璧)대표 신익현(申翼鉉)부사장 등 임원진 1백여명은 이날 출발 한시간 전부터 경주시민운동장에 나와 함께 출전한 일반 근로자 8백여명과 악수를 나누며 ‘선전’을 당부했다.
평소 일때문에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없었던 사원들은 언덕길을 오르다 숨이 차오르자 ‘어싸 어싸’를 함께 소리치며 힘을 냈다. 그야말로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치는 순간이었다.
5㎞를 완주한 장명우(張明雨·55)생산담당 전무는 “가까이서 근로자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땀냄새를 맡으며 함께 달려보니 생산현장에서는 느끼지 못한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 4천명 가운데 약 1천명이 출전한 현대정공 역시 김평기(金平基)대표 등이 근로자들과 함께 회사에서 단체 주문한 노란색 조끼를 입고 달려 단합을 과시했다.
하프코스에 출전한 노조 대의원 하홍근씨(39·차량생산1부)는 “현재의 경기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참가를 결심했다”며 “동아마라톤을 통해 노사가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생산성도 향상될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현대정공은 노사화합을 돈독히 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모두 결승점에 골인한 뒤 부서별로 ‘화합의 뒤풀이’를 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약 5백명이 출전한 현대자동차 역시 임직원들이 함께 달리며 언덕길에서 힘에 부칠 때면 서로를 격려, 관중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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