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달리기한마당 축제 동아마라톤 마스터스가 흥겹게 끝났다. 29일 대회가 벌어진 경주는 그야말로 축제의 도가니. 적어도 이날만은 지위가 높든 낮든, 어디서 살든, 얼마나 배웠든, 나이가 얼마이든 문제될게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하나였다. 모두가 함께 달리며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찌든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날 마스터스 참가자는 한국마라톤 사상 최대인 6천8백12명(마스터스부문신설 이전엔 82년 제53회 동아마라톤 7천4백26명이 최다. 풀코스완주자는 7백여명). 정식 참가신청을 하지 않고 코스 중간에서 합류한 시민들까지 합하면 7천명이 훨씬 넘었다. 연도에 나온 30만 경주시민들도 비오듯 땀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마스터스출전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어린손자와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리는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휠체어를 타고 끝까지 완주한 장애인, 제한시간 5시간이 훨씬 지난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풀코스를 완주한 ‘위대한 꼴찌’들. 말이 필요 없었다. 그것은 감동이고 드라마 그 자체였다.
마스터스 정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걸어가든 뛰어가든 자기의지에 따라 하면 된다.
뉴욕마라톤 보스턴마라톤 로테르담마라톤 등 세계유명마라톤에는 세계각국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마스터스에 참가한다. 정작 대회가 벌어지는 시의 시민들은 50%도 안된다. 언어의 장벽도 인종차별도 없이 모두 하나가 된다. 마스터스는 결국 ‘세계인’으로 통한다. 이번 동아마라톤 마스터스에 비록 수는 적지만 일본 미국 등 각국의 참가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들의 진지하고 즐기는 듯한 레이스 자세도 눈여겨 볼 만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나치게 순위싸움에만 신경을 쓰며 달린 일부 마스터스참가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흐드러지게 핀 주변의 봄꽃들을 보며 느긋하게 달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옥에 티였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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