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잠실주경기장서 월드컵 치를 수 있나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3월1일, 요코하마국제종합경기장. 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건설돼 개장기념으로 제4회 다이너스티컵 축구대회를 유치해 한일전을 치른 이날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러나 관중은 아무런 의심없이 경기장에 입장했고 지붕을 절반 덮은 경기장에서 유유히 경기를 관람했다. 선수들은 배수가 잘되는 파란 천연 그라운드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4월1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기념 한일축구대표 친선경기가 열린 이날 역시 비가 내렸다. 살포시 내리는 비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문의가 축구협회와 언론사에 빗발쳤다. 과연 경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관중석은 내리는 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경기장 곳곳은 물바다를 이뤘다. 국내외 보도진이 이용하는 기자석은 거의 3분의 2정도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물감칠을 한 그라운드는 배수가 제대로 안돼 곳곳에 물이 고였고 볼은 구르지 않았으며 선수들은 넘어지고 자빠졌다.

극명하게 드러난 두 구장의 모습.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고한 월드컵 주경기장건설을 놓고 경제위기를 내세워 건설을 백지화하고 잠실경기장을 보수해 사용하자는 의견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들이 이 두 경기장의 화장실을 이용했다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었으리라. 항상 깨끗이 정리된 많은 수의 요코하마구장 화장실, 물이 고인데다 쓰레기가 범벅이 돼있고 수가 적어 하프타임 내내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잠실구장의 화장실. 경제위기를 딛고 일어설 때 필요한 국민통합의 무대 월드컵, 과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재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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