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기념 한일축구대표 친선경기가 열린 이날 역시 비가 내렸다. 살포시 내리는 비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문의가 축구협회와 언론사에 빗발쳤다. 과연 경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관중석은 내리는 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경기장 곳곳은 물바다를 이뤘다. 국내외 보도진이 이용하는 기자석은 거의 3분의 2정도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물감칠을 한 그라운드는 배수가 제대로 안돼 곳곳에 물이 고였고 볼은 구르지 않았으며 선수들은 넘어지고 자빠졌다.
극명하게 드러난 두 구장의 모습.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미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고한 월드컵 주경기장건설을 놓고 경제위기를 내세워 건설을 백지화하고 잠실경기장을 보수해 사용하자는 의견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들이 이 두 경기장의 화장실을 이용했다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었으리라. 항상 깨끗이 정리된 많은 수의 요코하마구장 화장실, 물이 고인데다 쓰레기가 범벅이 돼있고 수가 적어 하프타임 내내 줄지어 기다려야 하는 잠실구장의 화장실. 경제위기를 딛고 일어설 때 필요한 국민통합의 무대 월드컵, 과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