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김대통령은 21세기를 여는 세계적 대행사인 월드컵대회를 국민화합 분위기 속에서 치러야 한다는 원칙 아래 상암구장의 신축 문제를 원점에서 재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그동안 정몽준(鄭夢準)대한축구협회장 등 각계 인사들을 만나 폭넓게 의견을 수렴했다”며 “월드컵 개막식은 서울에서 치르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해 청와대 내부적으로 이미 상암동구장을 신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2002년이면 경제사정이 호전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고 있으며 월드컵대회는 무엇보다 수지가 맞는 대회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민 전체적으로는 상암동 구장 신축에 대해 6대4로 반대하고 있고 체육계도 의견이 엇갈려 있으나 서울시민은 압도적으로 신축에 찬성하고 있어 여론의 추이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신낙균(申樂均)문화관광부장관도 지난달 15일 국회 월드컵특위에서 “상암동구장 신축방안을 검토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4월8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주재로 열린 월드컵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는 경제난을 감안, 총 건설비가 4천5백20억원이 소요되는 상암동 구장 신축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했었다.
그후 청와대와 정부의 방향 선회는 △서울개막식이 갖는 상징성 △주경기장 변경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신뢰하락 △축구계의 빗발치는 요구 외에도 5년간의 분산투자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암동구장 신축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경기장 변경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의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상암동구장 신축여부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 최종결정은 지방선거 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