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스스로 「몸값」 깎아내리는 농구감독들

  • 입력 1998년 5월 5일 20시 00분


국제통화기금(IMF) 파동 탓인가. 자리가 났다 싶으면 자천타천의 인사가 벌떼처럼 몰린다.

김태환 감독이 최근 중앙대로 옮김에 따라 빈 국민은행 여자농구팀 감독자리. 줄을 대고 있는 사람만도 벌써 6,7명. 그동안 철새처럼 팀을 옮겨다녔던 인사, 팀해체로 실업자가 된 사람 등 알음알음으로 줄대기에 정신이 없다.

여기저기서 청탁이 들어오자 은행 고위층은 추천할 만한 사람은 모두 해보라고 구단관계자에게 지시했다는 소식이다.

3월 현대산업개발의 임영보감독이 일본항공 총감독을 맡아 떠났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당시 이력서를 넣은 인사는 7명. 이중에는 이번에 국민은행에 줄을 댄 사람도 여럿 있다.

‘감독 구함’의 공고가 없었는데도 이력서가 몰려들자 놀란 현대산업개발은 이례적으로 각 언론기관에 ‘당분간 감독을 뽑지 않는다’는 전문까지 발송했었다.

창피스러운 일이다. 팀 연쇄해체로 실업자가 급증한 탓도 있겠지만 ‘감독 바겐세일’은 농구인 스스로 얼굴을 깎아내리는 짓이다. 자리가 날 때마다 이리저리 쏠려다니는 지도자들을 구단측에서 어떻게 보겠는가.

자기충전의 노력은 제쳐놓은 채 도토리 키재기식의 뻔한 기술을 들고 이팀 저팀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다.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바로 강건너 불 보는 듯한 한국농구코치협회의 태도다.

코치협회는 당초 지도자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출범했다. 이가운데는 ‘구단에서 지도자를 구할 경우 지도자의 이익을 대변해 구단과 절충한다’는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이대로라면 요즘이야말로 코치협회의 역할이 가장 필요한 시점. 그런데도 코치협회는 나몰라라 식의 태도다.

농구 지도자들이여, 아무리 급하더라도 체면을 지키자.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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