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케이팅 매거진’은 최근호에서 ‘올해의 선수’로 리핀스키가 아닌 나가노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미셀 콴(17)을 선정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미국선수단 축하만찬에서도 리핀스키는 분을 삭여야 했다. 클린턴대통령에게 경기단복을 증정하는 주인공 역시 콴에게 돌아갔기 때문.
이는 모두 선수단과 독자의 투표에 의해 정해진 것.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리핀스키는 9세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 하루도 쉬지 않고 맹훈련을 했다. 이런 노력으로 피겨여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잃은 것도 크다.
그는 지금 키 1m47에 몸무게 35㎏으로 10세짜리 어린이의 체격. 의사들은 리핀스키가 어린 나이에 혹독한 훈련으로 신체에 이상을 초래, 더이상 성장할 가망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리핀스키는 나가노올림픽 직후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이유를 내세워 프로로 전향했다. 하지만 그는 매주 5일씩이나 편성된 지방순회 투어를 하는 등 아마추어 때보다 더 바쁘다.
결국 가족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고된 훈련을 피하고 돈을 벌기 위해 프로로 전향한 것 아니냐는 실망이 팬이 그를 멀리하게 된 동기. 처음부터 프로전향 이유를 떳떳하게 밝혔더라면 주위에서 이처럼 리핀스키를 외면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프로로 전향한 선수는 리핀스키 전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스포츠의 왕국. 스포츠의 스타는 어디에서나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런 미국에서도 ‘순수함’은 아직 선수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전창기자〉